천사교 멸망기 02
천사교 멸망기

2006/09/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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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교 멸망기.


02 - 공주가출.




현(現 )수도성국 국왕인 엄하리는 좋지 않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였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수치스러운 과거가 아직도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밤새 악몽에 시달리면서 깨달았다.

죽기 전까지는 하일도에게 능욕당한 그 일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어둠 속에서 속삭임이 들린다.


아침을 챙겨먹고 출근 하기위해 찬물을 뒤집어쓰고 겨우 정신을 차린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천사님을 뵙고 오겠습니다. ♡'


밤사이 공주가 짤막한 가출선언문 한 줄을 노락색 부착형 쪽지에 적어서 냉장고 에 붙여놓은 채로 사라졌다.

천사님이라고 하면 어디로 갔는지 뻔하다.


‘언젠가 하늘에서 천사님이 내려와 영원한 안식과 아름다움을 전해줄 것’이라고 선전하는 자칭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속칭 : 천사교) 신전에 갔을 것이다.


조금 설명을 하자면 천사교는 정식으로 종교법인 인가도 받지 않은 채로 활동 중이며, 평소 젊은 처자들을 중심으로 신도를 모집하고 있다가 단속 뜨면 철수하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 되겠다.


며칠 전부터 천사님이 강림했다고 시끄럽게 해서 일제 단속에 들어갔으나 경찰의 단속 실적은 좋지 않았다.

천사교 사람들은 전생에 미꾸라지라도 되는 모양이라고 치안부서에서 치를 떨던 광경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현(現 )국왕인 엄하리군은 그래도 동생인데 안 좋은 일에 깊게 빠지기 전에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내팽겨 칠 수는 없었다.

힘을 내서 어떻게 해서든지 뇌를 움직여 보고 싶었지만 냉장고 속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엄하리군은 냉장고가 처한 현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출까지는 좋지만 내 아침밥은 남겨놓으란 말이다. 잡히면 죽었어~. 엄- 아- 리- 이.”


어제 퇴근하면서 사다놓은 우유와 잠자기 전에 만들어놓은 샌드위치까지 사라졌다.

엄하리군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악몽으로 인해 기분도 안 좋은데 출근하여 그 무적의 급사부대에게 들볶여 점심 때 까지는 음식다운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할 것을 생각하니 슬금슬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 명색이 이름뿐인 국왕이라도 신하는 부릴 수 있는 법.

대관식 날 그 말도 안 되는 해프닝 때문에 하일도형과 직접 얼굴을 맞대기는 싫다지만, 수도성국 최후의 귀족이라는 백작에게 상담해 보면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흐흐흐...”


엄아리는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한동안 냉장고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거야!!”


퇴근 후 곧장 백작의 집으로 찾아간 엄아리는 몇 번이고 부재중임을 확인한 하일도가 집에 있는 광경을 목격해버렸다.

사실 귀염성 있게 웃는 얼굴을 보면 그리 못생긴 것도 아니고 왕궁 급사부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핸섬하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일도의 그 숨겨진 얼굴을 알고 있는 엄아리는 웃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당사자의 면전에 대고 소리 질러버렸다.


“너무한다. 형은 하리가 놀러 온다고 해서 무리해서 오늘 집에 돌아왔는데.”


하일도는 주머니에서 손수건까지 꺼내 눈물을 닦는척한다.

엄하리의 눈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능청떠는 하일도의 모습이 가증스럽게 보였다.


국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당당하게 나가자.’ 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니까 아리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서 가출이라..... 큭큭큭”

“웃지 마.”

“아, 아니. 그러니까. 흠. 찾아서 데려오면 되는 거지?”

“그럼. 용건 끝났으니 가보겠습니다.”


엄아리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일어서자 하일도는 엄아리의 팔을 잡았다.


“조금 귀엽게 부탁하면 안되냐. 이 형은 슬프다.”


엄아리는 얼굴을 있는 데로 구기고 하일도의 손을 뿌리친 후 이제는 수도성국에서 유일하게 귀족이 살고 있는 저택을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다음날 수도성국 국민중 일부 마니아적인 여자들 사이에서 엄하리가 어떤 이유로 하일도를 방문했는지, 어째서 하일도가 다시 요양하겠다고 수도성국을 떠났는지 추측성이 강한 소문이 사실을 왜곡한 채로 떠돌았다.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천사님이 강림하시기 전에 신전건립을 해야 한다고 모금활동을 전개했었다.

그 성과가 있어서 천사교가 자랑하는 악취미적인 웅장함만 들어낸 신전이 세워지고 교주 햄버거를 중심으로 모양새가 갖춰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세력 확장을 위해 포교활동에 매진한 결과 신도수도 순조롭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단속을 피하는 기술도 늘어 무적인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었다.

그 무렵 교주 햄버거는 이제 천사님이 강림하여 우리에게 축복을 주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설교하고 다녔고 실제로 천사님이 강림하셨다.


엄아리는 신전에서 모시고 있는 처사님을 만나기 위해 오빠 엄하리가 잠들어있는 틈에 음식물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천사님은 아름다운 분이실거야. 호호호.”


분명 햄버거님의 말씀대로 천사님이 우리에게 축복과 안식을 내려주실 거라고 믿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신전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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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교멸망기 l 2007/12/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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